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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명석 목사는

사랑하라! [나만이 걸어온 그 길 #7]

베트남 전쟁에 참전했을 때 일이다

전날 전투가 벌어졌던 곳에 확인 차 수색을 나갔다. 적의 시신을 확인하러 가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. 간혹 죽지 않고 부상당한 채로 있다가 보복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. 

함께 간 동료와 둘이서 한 시간 가량 초긴장 속에 살금살금 기어가며 조심스럽게 정찰을 하고 있을 때였다. 
3미터 앞 한 아름 반이나 되는 큰 나무 옆으로 사람 얼굴 반쪽과 함께 나를 향해 겨눠진 총구가 확연하게 보였다. 나와 마주친 그 눈에 살기가 가득했다. 

순간 내 온 몸이 굳어지면서 현기증이 일었다.
앞이 깜깜해졌다가 다시 정신을 차리고 보니 그 상황 그대로였다. 나도 한 손에 총을 들고 있기는 했지만 총을 들어 올릴 힘도 없고 조종할 정신도 없었다. 
적은 정신을 잃고 멍청하게 서 있는 나에게 더욱 바짝 총을 겨눴다. 나는 모든 것을 체념하고 눈을 감은 채 마음속으로 하나님을 불렀다. 

그 때 하늘에서 음성이 들려왔다. 
크고 웅장한 음성이었다. 

“가서 사랑하고 잘해주어라!”

분명 하나님의 음성이었다. 
너무 사랑스럽고도 두려운 음성이었다.
그 소리가 지구상 어느 누구에게나 다 들릴 정도로 웅장했다. 

나는 속으로 대답했다. 
‘내가 사랑하려고 가면 그가 나를 죽일 텐데요?’
내가 조금만 움직여도 적은 방아쇠를 당길 것이다. 

다시 두 번째 음성이 급하게 들렸다.
“사랑하라!!!”

‘가면 죽는데요?’ 
역시 같은 대답을 하니 그 후에는 아무 소리도 들리지 않았다. 

가만히 있어도 죽고, 가도 죽을 바에야 하늘의 음성대로 하겠다는 마음이 생겼다. 적을 사랑하러가기 위해 천근 같이 무거운 첫 발을 떼었을 때, 마음이 뜨거워지고 굳었던 몸이 완전히 풀리면서 초인 같은 힘이 솟았다. 

서로의 눈이 단 1mm도 어긋나지 않게 쳐다보면서 두 번째 발자국을 떼었을 때였다. 적이 내 여동생으로 보이는 것이었다. 나는 깜짝 놀라 총을 집어던지고 동생이름을 부르면서 달려갔다. 

“영자야! 네가 왜 여기 왔어?” 

 

하며 적을 껴안고 막 울었다. 울다보니 내가 껴안고 있는 이는 아까 본 베트콩이었다.

 


나는 다시 그에게 왜 나는 너를 죽이고 너는 나를 죽여야 하냐고 말하면서 껴안고 울었다. 
그도 나를 같이 껴안고 엉엉 울어댔다.
서로 총을 집어 던지고 이렇게 40분 동안이나 뜨겁게 흐느껴 울고 난 후에 베트콩이 갑자기 뭔가 생각났다는 듯 놀란 표정을 하고 오른손을 급히 자기 엉덩이 밑에 대며 엉덩이를 서서히 들었다. 그는 나를 밀치며 위험하다고 뒤로 물러나라고 했다. 그리고 엉덩이 밑에서 수류탄을 꺼냈다. 안전핀을 뺀 상태로 깔고 앉아 있었던 것이다. 

알고 보니 베트콩은 무릎에 총을 맞아 도망갈 수가 없어서, 시체를 확인하러 온 아군을 쏴 죽이고 자기도 자살하려고 수류탄을 깔고 앉아있었던 것이었다. 
40분 동안 서로 몸을 흔들며 통곡하며 울 때 터질 뻔했던 것이다. 그것이 터지지 않은 것도 기적이었다. 결국 적도 살고 나도 살았다. 

극적인 상황 속에서 ‘사랑하라’는 말씀을 실천한 결과였다. 
오직 하나님께서 우리를 살리기 위해 큰 은혜와 능력을 베푸신 것을 깨닫지 않을 수 없었다.

 
글 : 정명석